특정 브랜드의 거의 전체 라인업의 5가지 스피커를 놓고 청음회를 하는 자리였다. 하베스에게는 다소 미안한 일이었지만 하베스 스피커 하나를 먼저 재생을 해서 음색의 비교를 하도록 하기 위한 의도가 있었다. 어떤 것이 더 좋고 덜 좋고를 떠나서 음색의 스타일이 다른 스피커를 비교해서 들어봐야 익숙하지 않은 분들은 청음회 동안의 음질의 차이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인공 하나만 일방적으로 들려줘서는 매칭과 공간에 대해서 익숙치 않은 분들은 그 음질이 좋은 건지 어떤 건지 파악할 수가 없게 된다.
매칭 앰프나 소스기를 전혀 비싼 제품으로 매칭하지도 않았다. 앰프는 최근 200만원 미만에서 판매되었던 제품이고 소스기는 신품 가격 119만원짜리 제품이었다.
하베스 스피커는 Compact7 ES3였다.
음악을 틀자 뭔가 분위기가 술렁이는 듯한 느낌이었고, 청음회가 끝나고 나서 몇 분이 유쾌하게 웃으시면서 하베스 음질이 너무 좋은 거 아니냐? 하베스 왜 그렇게 좋은 거냐? 라는 반응들이다.
정확하게는 하베스가 좋기도 하지만 그만큼 매칭을 잘해서이기도 하고 공간이 좋아서이기도 하다.
하베스도 유행을 타지만 여전히 바뀌지 않는 것들도 있다
하베스 같은 스피커는 대중적인 인기를 따르는 제품은 아니다.
세상에 우리나라 전통의 음식, 우리나라 사람의 Soul 푸드인 김치에 유행과 대중성이라는 것이 어딨는가? 그냥 김치이니까 먹는 거지.. 심지어는 옛날 방식일수록 더 평가가 좋지 않은가?
종종 하베스 스피커를 사용하면서 왜 저음은 더 단단하지 않은가? 왜 고음은 더 생생하지 않은가? 왜 소리가 더 스피드하지 않은가? 왜 소리가 더 깨끗하지 않은가? 라면서 고민하는 경우를 볼 수가 있는데, 송구한 이야기지만 콜라가 먹고 싶으면 콜라는 먹으면 된다. 그런데 숭늉에 탄산수 타고 설탕 섞을 필요가 있을까?
그만큼 하베스는 음식에 비유하자면 약간은 익은 김치 같은 느낌, 혹은 오래된 막 된장에 버무려진 나물무침 같은 느낌의 스피커라고 생각한다. 최근 들어서 어느정도는 현대적인 트랜드에 맞추는 경향도 있지만 그렇다고 된장이 캐첩이 되기를 바래서는 안 된다.
과거에도 하베스 스피커에 대한 글을 작성하면서 Compact7에 대한 칭찬을 한 적이 있었다. 본 필자는 하베스 스피커들을 대부분 좋아하기는 하지만 일반 유저들이 HL5나 Monitor 30.1 을 칭찬하는 것에 비해 Compact7 도 칭찬을 아끼지 않는 편이다.
그래서 그때도 하베스 스피커 중에는 HL5가 인기가 좋았었는데, HL5의 소개와 함께 Compact7도 각별히 칭찬을 했었다. 그리고 한동안 시간이 흘렀는데, 과거부터 일반 오디오 유저들은 유독 HL5에 대한 평가가 좋았고 결국 HL5는 500만원이 넘도록 가격이 올랐고, Compact7 ES3는 크게 변하지 않은 가격에 오디오인들의 관심을 기다리고 있다.
종종 이런 이야기 후에, Compact7 ES3가 그렇게 좋다고 어떤 오디오 칼럼니스트가 그러던데, HL5하고 비교해서 어떤 게 더 좋은 거냐는 질문이 이어지곤 하는데.. 누가 HL5보다 더 좋다식으로 단순한 이야기를 하는게 아니다. 하베스 자체가 매력적이라는 것이고 기왕이면 비싸고 좋은 건 다 아는 거니 좀 더 저렴한 것들의 매력도 알고 공유하자는 것이다.
된장, 고추장 같은 스피커
하베스가 영국의 공영방송국인 BBC 방송국에 스피커를 납품하면서 발전했다는 사실은 수많은 하베스 스피커 리뷰를 통해 알려져 있다. 엄밀하게는 하베스 뿐만이 아니고 이 BBC 모니터 스피커라는 타이틀은 제법 여러 스피커 회사들이 사용하고 있는데, 그만큼 방송국에 스피커를 납품하는 회사가 한 회사뿐일 수가 없고, 여러 회사들이 BBC 방송국에 스피커를 납품했었던 것이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그러한 전통을 가장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상업적으로 근래의 음악 애호가 및 오디오 소비자들에게 가장 친숙한 인상을 주는 브랜드가 바로 하베스이지 않을까?
최근 들어서 가장 인기가 좋은 HL5의 경우가 가격이 제법 오르긴 했지만, 유명 브랜드치고 최근 10여년 동안의 가격 인상폭도 그다지 크지 않기 때문에라도 친숙하다는 평가에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스피커의 디자인은 스피커를 구입하는데 있어서 의외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고 영향을 미친다. 그러한 측면에서 알루미늄을 깎아서 만든 스피커 외장이나 자작나무 적층, 화려하고 강렬한 색상, 무슨 말인지 알아 들을 수도 없는 기술이 적용되었다는 각가지 첨단 스피커 유닛들..
마치 최신 스마트폰이나 PC에 쿼드코어 혹은 헥사코어, 옥타코어가 탑재되었다는 이야기처럼 더 나은 기술과 첨단소재가 사용되었다는 것이 더 좋게 보일 수도 있지만, 하베스는 아예 추구하는 영역이 다른 쪽인 것이 아닐까?
마치 남들이 유행에 따라 돈까스 먹으러 다니고 햄버거 먹으러 다니고 피자 먹으러 다닐 때, 하베스는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이 김치와 된장, 고추장을 사용한 음식을 조금씩 개량하면서 그 고유함을 추구하는 스피커라고 하겠다.
하베스를 미워할 수가 없다
이것은 좋고 나쁨의 문제가 아니다. 가족이나 어렸을 적부터 알고 지내던 친구가 나쁜 짓을 해도 미워지지 않는 이유가 비슷한 것일까? 하베스 스피커를 가지고 좋고 나쁨으로 분류해서 이야기 하지를 않았던 것 같다. 한국인이 김치를 가지고 다른 음식들과 비교해 가면서 좋은 음식이냐? 덜 좋은 음식인지를 따지지 않는 것처럼, 오디오하는 사람이 하베스 같은 스피커를 가지고 좋고 나쁨을 따지는 것도 별로 의미는 없는 것 같다. 특히, 가격도 오르지 않는 Compact7 같은 경우면 더욱 더 그렇다.
김치에 비유를 했는데, 된장이나 고추장을 음식재료로서 좋고 나쁨으로 단순하게 따지지 않는 것과 비슷하다.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이것은 굉장히 심한 과찬일수도 있다. 그렇지만 현재까지 HIFI 스피커계에서 갖고 있는 하베스 스피커의 이미지가 마치 우리나라 사람들이 갖고 있는 된장이라는 음식재료 혹은 된장으로 만든 음식들에 대한 이미지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기왕 이 글을 읽어준다면 이 글을 객관성이 바탕되어야 하는 리뷰로 읽지는 말아주기 바란다. 이 글은 개인적인 추천 기사다. 된장 음식을 싫어하는 사람들도 된장음식을 너무 좋아하고 맛있다는 말에 의심의 눈초리로 비난하지는 않을 것 아닌가?
▲ 이번에 리뷰한 C7ES-3와 30.1은 이번에 새로 들어온 유칼립투스 마감이라 한다.
매끈한 광택과 결이 살아있어 기존 색상들보다 더욱 고급스러운 느낌이다.
하베스 스피커가 마치 오디오적 쾌감이 엄청나게 뛰어나다거나 겉으로 보기에도 대단히 화려해 보이는 티타늄이나 알루미늄으로 치장되어 있는 스피커 혹은 기술적으로도 강력해 보이는 스피커들보다 더 화려하고 눈부신 사운드를 재생한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본 필자도 마찬가지다. 세상 어느 누구가 된장을 주재료로 만든 음식이 설탕이나 초코렛, 바닐라보다 더 달콤하고 고급 육고기보다 더 묵직하고 고급스러운 맛이 있다고 하겠는가?
어차피 하베스 스피커는 최상위 제품인 Monitor 40.2를 제외하고는 제일 비싼 스피커도 500만원대고, 그 아래 스피커들은 300만원대에 구입할 수 있다.
비교적 작은 크기의 P3ESR같은 예쁜 북쉘프 스피커도 있고, 300만원대에 구입할 수 있는 하베스를 대표하는 Compact7 같은 스피커도 있고, 하베스답지 않으면서도 제법 고성능 모니터 스피커의 면모를 과시하는 Monitor30.1도 있으며, Compact7이 갖고 있지 못하는 품위와 중후한 대역 밸런스까지 가지고 있는 HL5 도 그리 비싸지 않은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Monitor 시리즈는 좀 더 다부지고 정확하게 다이렉트한 음을 추구
이들 중에서 Monitor시리즈는 다른 하베스와는 다르게 말 그대로 모니터 성향이다. 가능한 착색을 배제해서 제작된 스피커다. 전통적인 방식의 설계가 아직 어느 정도 적용이 되었기 때문에 금속 유닛을 사용하거나 스피커의 인클로져에까지 금속 배플을 사용하는 스피커들에 비해서는 그래도 전통적인 느낌이 있어서 여전히 딱 부러지게 정확한 음을 낸다기 보다는 조금은 어쿠스틱한 느낌이 있기는 하지만, 확실히 Monitor 시리즈는 Compact7 이나 HL5에 비해서는 중저음은 다부지고 중음은 좀 더 생생하고 다이렉트한 느낌이 있다.
아마도 하베스라는 것을 신경 쓰지 않고 중립적이고 절대적인 기준으로 음의 질을 따진다면 Compact7 이나 HL5같은 착색이 그래도 조금 있고 음에 잔향감과 여운, 통울림이 있는 것보다는 더 발전된 음질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Monitor 30.1이 그래서 일부 다부지고 정확한 음을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더 칭찬을 많이 듣는 편이다. 개인적인 분석이기는 하지만, 과거에 그래도 오디오에 대한 정보를 연배가 어느 정도 있는 중년 이상이 좌우할 때는 Compact7 이나 HL5의 선호도가 더 높았었다. 그렇지만 최근 10여년 사이에는 30대가 오디오 정보에 적극적으로 영향을 주고 그 유저들이 다시 40대 초반이 되면서 그윽하고 잔잔하고 미끈하면서 섬세한 음을 내는, 통울림과 음의 잔향을 이용하는 Compact7 이나 HL5보다는 Monitor 30.1 이 평가가 더 좋아진 상태다. 과거에 청음회를 할 때도 각각의 음을 비교해 주면서 현장에서 바로 선호도 조사를 해본적이 있었는데, 확실히 연배가 있는 분들, 혹은 성격이 차분하신 분들은 Compact7 이나 HL5를 선호했는데, 그 반대인 경우는 당연하다는 듯이 Monitor 30.1 을 선호하는 경우도 많았다.
결국은 한 브랜드에서 이런 스타일의 차이도 있으면 골라서 선택할 수 있는 특징이 있게 된다.
한가지 매칭 상의 주의할 점이라면, Compact7 과 HL5는 본래가 통울림을 상당히 이용하는 스피커이기 때문에 아무리 구동력이 좋은 앰프를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저음이 깔끔하게 떨어지는 음을 내는데 유리한 스피커는 아니다. 은유적인 표현을 쓰자면, Compact7 과 HL5는 특유의 향과 온기가 있어서 좋은 스피커인 것이다. 그 향기와 온기가 차분한 성격을 가진 사람의 온기와 많이 닮아있다고도 하겠다.
대부분의 사람이 아무리 좋은 것이라고 하더라도 익숙한 것만 못한 경우를 많이 겪어보게 된다. 수십억, 수백억 늙은 자산가도 돈이 많다고 해서 고급스럽고 호화로운 음식을 찾아다니는 것이 아니라 결국은 수수한 해장국이나 설렁탕 집의 허름한 한쪽 구석 자리를 고집하는 것처럼, Compact7 과 HL5는 음악을 자주 많이 틀어놓는 이들의 감성과 온기가 비슷한 느낌의 음을 들려준다. 그래서 처음 들어도 오랫동안 사용해온 스피커 같고 정말로 오랫동안 사용해도 특별히 유행에 영향 받지도 않고 오래 전부터 인정받아오던 그 성향 그대로 변하는 것도 별로 없다.
반대로 Monitor 30.1 을 미끈하고 자연스럽고 섬세하게 음을 내려고 하면 그게 또 쉽지 않다. 굳이 부정적인 표현을 쓰자면, Monitor 30.1은 하베스 스피커치고는 다소 뻣뻣한 느낌이 있고, 구동이 만만치 않다.
앰프의 매칭은 가능한 밀도감이 있으면서도 중음부터 저음까지 탄탄한 성향의 앰프를 매칭하는 것이 좋다. 그러지 않으면 중음이 뻣뻣해지고 저음이 생각보다 잘 안 나올 수 있다. 그에 비하면 Compact7은 100만원짜리 앰프로도 나올 소리는 거의 대부분 잘 나오고 권장 앰프로는 200-300만원대만 되더라도 크게 부족함은 없는데, Monitor 30.1은 앰프에 좀 더 투자를 요구한다. 그렇지만 투자한만큼 음질로 보답한다. 제대로 된 스탠드만 더불어 사용해 준다면 2배정도 더 비싼 스피커들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
하베스 스피커는 품질의 우열을 추구하는 스피커가 아니다
넓은 의미에서 가장 전통적인 음을 추구하고 있는 스피커다
우리는 이정도 가격대 제품에 대해서 생각할 때, 의례 좋고 나쁨이라는 명확한 답을 먼저 따지게 되는데, 대답을 하는 입장에서는 전통을 계승하는 제품을 어떻게 좋고 나쁨의 단일화로 구분 짓겠는지 의문일 수 있다.
생긴 것이나 투입된 기술도 특별할 것이 없다고 생각해서 가격이 싼 것도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력 있는 쉐프가 직접 모든 손님들의 음식을 만들고 대접하는 식당처럼 메뉴는 같더라도 가격은 좀 더 비쌀 수밖에 없다.
제작법이 특별히 고차원적인 것은 아니기 때문에 마치 이런 스피커를 중국에서 대량 생산을 하면서 찍어내면 가격이 더 저렴해질 수는 있겠지만, 좋은 회는 생선의 원산지가 어디어야 되는지, 신선도가 어때야 되는지, 생선의 크기는 어느 정도야 되는지, 칼질은 어떻게 해야 되고 숙성은 어떻게 해야 되는지까지 따져서 맛을 내는 것을, 똑같은 종류의 생선이라고 대량생산을 해서 그냥 저렴하고 푸짐하게 막 썰어서 먹는다고 그 만족도가 같겠는가? 과연 같은 재료와 같은 이름의 음식이라고 싸고 많이 주는 것이 무조건 좋은 것일까?
아무리 이렇게 이야기를 하더라도 결국은 같은 가격이면 최신 기술로 만들어진 제품을 선호하고 거기에 더 끌리며, 결과적으로는 그런 제품의 음질이 더 낫다고 판단하는 확률도 높을 것이다. 이렇게 말을 하면서도 선호도의 영역이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이런 이야기들이 어느 특정 제품간의 우열을 가리기 위한 이야기가 절대 아니다.
글의 본문을 돌아보니 굳이 하베스 스피커가 부정적으로 비춰질 수 있는 이야기도 많이 한 것 같다. 그렇지만 중요한 것은 한가지 젶무과 한가지 브랜드가 얼마만큼 오디오를 좋아하는 나에게 얼마만큼의 신뢰감을 줄 수 있는지이다. 아무리 클래식 명차가 멋지다고 한들, 에어컨도 안되고 속도도 느린 차를 최신차량보다 더 좋아할 사람이 많지는 않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LP가 없어지지 않는 것처럼 하베스 스피커의 매력 또한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고, 오히려 비슷한 가격의 경쟁기기들이 더 화려해지고 세련미를 뽐낼수록 하베스 같은 변하지 않는 전통적인 제품의 가치도 더 견고해질 것이다.
워낙 유행과 기술의 변화가 빠르고 경쟁이 치열해서 겉으로 화려해 보이는 제품들이 쏟아지고 있지만, 단순히 좋다는 것에만 신경을 쓰지는 말기 바란다. 그만큼 경쟁이 치열해 지면서 마케팅 비용도 상승을 하는 것이고 그런 브랜드일수록 버전이 개량될 때마다 교묘한 방법으로 수백만원씩 꾸준히 오르는 가격을 따져보는 것이야 말로 진짜 좋다고 기쁨조 역할을 하는 것보다 더 객관적인 것이지 않겠는가?
HL5는 대단히 기품이 있는 스피커이다. 몸매를 드러내고 피부를 노출하고 눈길을 끄는 몸짓을 하는 연애인보다도 감추고 차분하지만 더 매력이 있는 그런 연자 연기자와 같은 느낌이 있다. Compact7 과 Monitor 30.1 은 300만원대에 어디서 이렇게 유례가 있고 HIFI 스피커의 한축은 담당하고 있는 오리지널 영국제 스피커를 사장할 수 있겠는가?
시기적으로 유행에 맞는 소리를 낸다고 해서 무조건 객관적으로 더 좋은 제품이라고 하지는 않는다. 객관이라는 것은 전통과 유례를 거치고 나서 따질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역시 하베스는 오디오 마니아이자 오디오에 약간이라도 투자하는 음악 애호가라면 한번쯤 거쳐가 볼만한 대표적 스피커라고 할 것이다.
S P E C
원문출처 : 풀레인지( 링크 )